2018년 마지막 퀴어문화축제였던,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어느덧 퀴어문화문제는 1년에 한 번 서울에서만 하는 행사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하는 행사가 되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9년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동안 일어난 일이다. 서울, 대구, 부산, 전주, 제주, 인천, 광주... 청주는 조직위 모집 중이어서 내년에는 청주에서도 할 것 같다. (이제 강원도 남았나... 후후)


 

광주는 일요일에 했다. 그래서 기독교인 혐오세력이 안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었음.)

15:30 쯤 5.18민주광장에 들어갔다. 경찰들이 광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고, 무지개 깃발을 퍼레이드 행렬이 그 바깥 쪽을 행진하고 있는데, 바로 옆 공간에는 혐오세력의 현수막과 혐오세력이 있었다. 은퇴 군인들의 모임, 상이군경회 뭐 그런거 비슷한거 소속인 것 같은 중년의 혐세 남자는, 왜 이런 행사를 거기서 하느냐며 행렬을 향해 고함을 치면서 화를 냈다. 거기에 대항하는 퍼레이드 행렬의 참가자가 있었고, 그래서 좀 험악한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자 마자 본 것이라 긴장되었다. 거기서 뭔가 더 일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의 폭력적 상황이 되풀이 되진 않을까 좀 불안했다.

퍼레이드 행렬의 무지개 깃발이라도 찍고 싶어 폰을 들어올려 몇장 찍으니 (깃발만 찍음), 혐세의 불법촬영에 신경이 곤두선 참가자가 "사진 찍지 마세요" 를 반복해서 황급히 손을 내렸다. 내가 서 있던 곳이 혐세의 구역이어서, 이해는 되었다...

 

(광장 중앙에 있던 분수대. 사람들이 분수 주변에 옹기종기 앉아서 쉬었다. 좀 더웠는데 그늘이 없었음.)

광장을 좀 둘러봤다. 장소 면에서는 제주퀴어문화축제(신산공원)보다 조금 더 넒은 느낌었다. 광장 주변에 아시아문화전당, 공원도 있고 축제 장소 외의 여유공간이 있어서 좋았다. 여유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집 마스코트를 데려갔기 때문.




(이 날을 위하여, 알록달록 나시티와 무지개목걸이를 준비함 -S님의 준비)

둘째를 데려간 이유는, 첫째와 달리 사회적인 편이기 때문이다. 무지개 아이템을 장착시키면 완전 귀엽기 때문에...

강아지가 없을 때는 부스구경, 퍼레이드 참여가 행사의 중심이었는데, 강아지를 데려간 이후에는... 부스 구경도 안 하고 퍼레이드도 안 한다. 부스는 그냥 어떤 단체들이 왔나 이름 확인하고, 지인이 있으면 가서 인사하는 정도..

무지개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는데! (강아지가!)
이름이 뭐에요, 인사해도 되나요, 사진찍어도 되나요, 만져도 되나요 등등 (퀴어들은 배운 사람들이 많아서 매너가 좋다, 먼저 다 물어본다)


첫째보다 비교적 사회적인 둘째지만, 사람들에게는 사교적이지 않아서 낯선 만남은 대개 짧게 끝났다. 둘째는 사람보다 개를 훨씬 더 좋아해서 강아지 참가견을 기다렸는데, 한 두어마리 만났나. 어떤 참여자의 포메라이언과는 깊은 교감을 나눴다. (그런 모습 보고있음 행복해짐...) 퀴어 반려견들의 성소수자 인권 지지 공동행동을 위한 조직화가 시급하다.

(개당당)     


광장에서 빠져나갈 때는 혐세의 방해집회가 있었던 것 같다. 혐세가 모여있었다. 통로 바로 앞에서 피켓들고 구호외치니까 충돌의 위험이 있었다. 주최측과 광주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경찰들과 한참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결국 빠져나가는 통로를 하나 마련했는데, 마치 인간 벽으로 만들어진 동굴처럼 혐세와 경찰 사이를 한 줄로 서서 나가는 것이었다. 퀴어가 집회하는 게 싫으면 집에라도 빨리 가게 해줘야 할 것 아냐...

귀여운 우리집 마스코트를 안고 나가는데, 중년의 여성 혐세는 구수한 광주사투리로

"느도 그거 했냐잉 (쯧쯧)"

그러는 것이었다. 그 여성이 집에 반려견이 있다는데 500원을 걸 수 있다. 혐세활동 중에도 반려인들은 강아지만 보이는 것이다. 혐세활동은 이해 안 되지만, 그건 이해할 수 있다. 작년 제주퀴어문화 축제가서는 유명한 혐세 아저씨 (퀴퍼마다 따라다니면서, 몸 앞뒤로 지져쓰 운운하는 혐오 피켓 달고, 엎드려 통성기도 하고 그러는 사람 있음)도 우리집 첫째를 보고, 급 사랑에 빠져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몇살인지 물어봤었다.

세계의 평화는 강아지가 지킬 것이다. 인간은 실패했다. (진지)

 

광주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한다니, 퀴어퍼레이드를 한다니 얼마나 멋진가.

행사 가서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나는.. 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지개 강아지 자랑하려고 가는건가.. (관심받는 것도 쑥쓰러워 하면서 후후)  

혁명의 도시, 민주주의의 도시, 광주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고,

거기에 나, S, 둘째 남강이도 있었다는데 의의를 둔다.


무지개 기운을 느끼며... 
굿바이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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