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과 함께하는 2018 사천 에어쇼가 불러온 추억, 세이클럽 일상, 단상


S가 어머니를 모시고 강릉으로 나훈아콘서트를 가게 되어, 집에 혼자 있게 됐다. 집에 있으면 계속 집에 있고 싶어지는데, 사천 에어쇼는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아 사천비행장에 갔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공군 슬로건), 공군.... 행사장은 과연 드넓고 볼만한 구경거리가 많았다. 전투기, 헬리콥터, 소형 항공기, 빨간마후라(라기보다는 빨간 속 티셔츠) 조종사, 넘나 귀여웠던 폭발물 탐지견... 폰이 꺼질 때까지 사진과 동영상을 마구 찍어댔다.  

짙은 풀색의 공군 작업복(그거 뭐라고 하나, 위아래가 하나로 붙은 옷), 조종사들이 쓰는 헬맷, 그거 보니까, 갑자기 세이클럽이 생각났다. 숱한 OOOOO혁, OOOOO혈 (닉네임은 여섯글자), lllOOOlll (액자형 닉네임)들이 썬글라스를 끼고 땡땡이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비공개 아바타(캐릭터)를 썼는데,


(추억소환)



내가 큰 맘먹고 구입한 아바타 옷이, 조종사 옷이었기 때문.

비행기 앞에 짙은 풀색 조종사 옷을 입은 캐릭터가 서 있고, 활성화(?)시키면 비행기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오늘 블랙이글스 비행보니까 그거처럼...360도 위 아래로 회전하는 비행) *검색해도 안나온다. 아쉽.

갑자기 그 아바타가 궁금해져서 세이클럽을 검색해봤다. 오, 아직도 있다.

로그인을 시도했다. 안 나온다.

그때 쓰던 메일에 들어가 '세이클럽'을 검색해봤다.

내가 세이클럽 고객센터에 질문해서 받은 답 메일이 남아있었다.. (소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2년 1월의 나, 무슨 동호회를 운영했었던 것이냐...
웃기다. (심지어 이름은 엄마 이름... 엄마 전화로 몰래 결제한 듯)

'저기 ,'라며 부르는 것, 쉼표나 마침표를 여러개 쓸 땐 두개씩, 한칸 띄어서 점찍고 ㅋㅋㅋㅋ
단호한 돋움체 ㅋㅋㅋㅋㅋㅋㅋ (한메일 기본서체는 굴림체였음)

(모든 글자들을 한 글자씩 다 띄어쓰는 사람도 있었는데, 난 안 그랬다 ㅋㅋ)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블랙홀을 만났다.
세이클럽... 메신저 타키... 그때 그 시절....

누군가를 팬픽이반이라 부르고, 이반, 띵, 레즈(지금보다 그때 더 많이 썼던 단어 같다)... (그땐 퀴어라는 말이 대중적이지 않았었음)
코스(코스프레), 신공(신촌공원), 몸기사(몸이 기억하는 사랑), 청소년BT, 가족형성문화(?) 등..  


소리바다에서 음악 다운 받아서 윈앰프로 음방(음악방송)하던 시절. 그것도 몇 번 했었는데. 소심해서 노래만 틀다가, 친구 생일날엔 그를 위한 음방을 했다. 멘트도 했고. 그때 그 친구는 벌써 딸이 세 살인가.

채팅방 중 연예방 쪽에서는, 밤마다 역할극을 하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난 그런걸 잘 못해서 그냥 대화하는 방을 좋아했다. 그때 알게 된 사람들,


JJE : 나보다 한 살 많고, 부산에 살았다. 서태지 팬이었고, 글 쓰는걸 좋아했다. 차분한 사람이었고, 대화가 잘 통해서 잘 지냈다. 직접 만났었던 것도 같은데, 안 만났더라도 서로의 톤이 비슷해 오랫동안 친숙했던 사람. 몇 년 전에 그 사람이 그때 쓰던 아이디로 구글링해봤는데, 간호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간호사일까.

mw : 동갑내기, 삼척사는 아이였다. 동물을 참 좋아했다. 내가 재수를 하고 있어서, 수능 끝나고 만나자고 했는데, 어영부영 연락이 끊겼다. 그 이후에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반송됐다. 지금 다시 만나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 : 동갑내기, 창원사는 아이였다. 학생회 임원도 하고 똑똑한 친구였다. 지금 뭐하고 살지 궁금. 그때 느끼기엔 창원은 참으로 먼, 낯선 경상도 동네였는데.. 창원 근처에 살면서 창원을 보니, 넉넉하고 여유로운 도시에서 살았던 아이였구나 싶다.   


             
(항상 행복하세요 ~ . ^^)



그 시절 열심히 활동하면서 즐겼던 사람이 이제와서 그 시절을 흑역사로 취급하거나 자기부정하는 경우도 있던데, 뭐 꼭 그렇게 까지 해야할까 싶다. 사실 그땐 되게 다들 진지했잖아. 그게 10대 특유의 감수성이라고 해도. 
앞으로 다시 그때의 열렬함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내 인생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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